독립하고 나서 제일 먼저 끓여본 게 뭔지 아세요? 저는 된장찌개였어요. 근데 끓일 때마다 왜 그렇게 밍밍한 맹물 맛만 나는지. 엄마가 끓여주던 그 찌개가 너무 그리운데 말이죠. '난 요리 똥손인가' 자책하던 찰나에, 기가 막힌 방법을 하나 찾았거든요.
엄마 맛을 포기할 즈음 만난 비법
잠깐, 이야기하기 전에 이거부터 물어볼게요. 여러분은 된장찌개 끓일 때 멸치 육수부터 내세요?
'그래서 육수부터 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요리책이나 블로그 보면 십중팔구 멸치 다시마 육수를 푹 우려내라고 하잖아요. 그걸 졸이듯이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고.
근데 그렇게 끓이면 저는 항상 깊은 맛은커녕 그냥 짭짤하기만 한 된장국물이 되더라고요. 왜 나만 안 되는 걸까, 진짜.
매번 실패했던 나의 뚝배기
맹물 맛만 나는 찌개를 보면서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아, 이건 중요해서 좀 길게 얘기할게요. 제가 찌개 하나 살려보겠다고 마트에서 젤 비싼 명인 된장도 사보고, 조개도 한가득 넣어보고, 소고기 차돌박이도 볶아 넣어보고 진짜 할 수 있는 별짓을 다 해봤단 말이에요.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썼는데.
근데도 2% 아니 20% 부족한 맛. 먹을수록 입안에서 따로 노는 느낌.
나중엔 그냥 포기하고 동네 고깃집에서 찌개만 5천 원 주고 포장해올까 고민까지 했다니까요. 혼자 주방에서 끙끙 앓았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꽤나 억울해요.

반신반의했던 쌈장의 등장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떤 분이 쓴 된장찌개 레시피를 보게 됐는데, 거기서 된장에 쌈장을 살짝 섞으라는 거예요.
처음엔 '또 뻔한 팁이겠지' 하고 그냥 스크롤 내리려 했는데.. 아니에요. 이건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손가락을 멈칫했어요.
'찌개에 쌈장? 쌈 싸 먹을 때나 먹는 거 아니야? 국물이 달달해지는 거 아니야?'
진짜 반신반의했어요. 이래도 되나 싶고. 저 오랫동안 쌈장은 오직 삼겹살용이라고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요리의 '요' 자도 몰랐던 거죠.
냄비 바닥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새는데..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예요.
이 레시피의 진짜 핵심은 육수를 먼저 붓지 않는다는 것.
저 정말 찌개 끓일 때 무조건 물부터 팔팔 끓여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지금도 그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지진 않아서 좀 헷갈려요..
하지만 된장하고 쌈장을 뚝배기 바닥에서 먼저 볶아주는 게 진짜 비법이더라고요.
"물 붓기 전에 된장부터 볶아라. 여기서 특유의 깊고 눅진한 맛이 80% 이상 완성된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던 그날 밤
비율은 된장 두 스푼에 쌈장 반 스푼.
참기름 아주 살짝 두르고 불을 약하게 켠 다음 슬슬 볶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밤 마감 직전처럼 조용한 주방에서, 이 녀석이 지글거리면서 볶아지는 소리가 나는데..
와, 그 냄새.
비 올 때 흙냄새 올라오는 것처럼, 바닥에서부터 그 구수하고 눅진한 냄새가 온 집안에 확 퍼지는 거예요.
이때부터 심장이 좀 두근거리더라고요. '어? 이건 무조건 맛있다' 싶었어요. 아직 물도 안 부었는데 말이죠.
불 조절, 그거 진짜 어렵잖아요
솔직히 저 가스레인지 불 조절 잘 못해요.
이게 잘 볶아지고 있는 건지, 타기 직전인지 감이 잘 안 오는데, 그래도 숟가락으로 타지 않게 뚝배기 바닥을 계속 저어주면서 볶았어요.
된장이 약간 뭉쳐있던 게 스르르 풀리면서 찐득한 질감으로 변할 때, 그때 쌀뜨물을 딱 부어줬죠.
치이익- 소리와 함께 하얀 물이 된장과 섞이는데 그 시각적인 짜릿함이 있더라고요.
한 숟가락에 풀려버린 서러움
재료는 특별한 거 없었어요.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애호박 반 개, 시들해져 가는 양파, 그리고 두부 한 모 숭숭 썰어 넣은 게 다예요.
그리고 바글바글 끓기 시작할 때 숟가락을 들고 국물 맛을 살짝 봤죠.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서 한 모금.

내가 끓인 거 맞아?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혀끝에서 퍼지는 진한 감동.
진짜 제가 딱 원하던 그 진하고 구수한 감칠맛이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
밍밍하던 그 맹물 맛은 온데간데없고, 고깃집에서 주는 찌개 같으면서도 옛날 엄마가 끓여주던 그 깊은 맛이 나는 거예요. 쌈장의 달큰함이 감칠맛으로 변했나 봐요.
저 스스로도 너무 놀라서 가스레인지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요리 똥손인 제가 이걸 해내다니.
밥 두 공기 순삭의 비밀
그날 저녁엔 다른 반찬 꺼낼 생각도 못 했어요.
김이 폴폴 나는 찌개 하나만 식탁에 덩그러니 놓고 밥을 쓱쓱 비비는데, 밥 두 공기가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더라고요.
스스로 감탄하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답니다.
'이거 어디서 배운 거야?' 라고 물어보실 분들.. 사실 저도 고민하다 말씀드리는 거예요. 저만의 비밀 무기로 남겨둘까 하다가.
이게 요리 정석에 맞는 방향인지 솔직히 자신 없어요. 전문가분들 보시면 콧방귀 뀌실지도 모르죠.
그래도 저한테는 평생 안고 갈 된장찌개 레시피가 돼버렸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볶아서 끓여 먹을 것 같아요. 이 방법 아니면 이제 싱거워서 만족 못 할 것 같거든요.
혹시 저처럼 맹물 찌개 때문에 남몰래 우울하셨던 분들 계세요?
오늘 저녁엔 속는 셈 치고 쌈장 반 스푼만 살짝 섞어서 볶아보실래요? 내일 또 끓여 먹고 싶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때요, 당장 냄비 꺼내러 가실 거죠?
#된장찌개 #된장찌개레시피 #자취생요리 #초보요리 #집밥 #찌개맛있게끓이는법 #쌈장된장찌개 #요리꿀팁 #엄마손맛 #오늘뭐먹지
